by 고정희 | 2018-11월-12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정원박람회가 만든 녹색도시를 가다
도서출판 나무도시
고정희 지음 / 272면 / 반양장 / 올 컬러 / 152×210 / 16,000원
2판 1쇄: 2008년 4월 15일 출간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타고난 정원 이야기꾼, 고정희가 들려주는
독일, 독일인, 독일문화 이야기!
한 편의 감칠맛 나는 에세이처럼 쓰여진
흥미진진한 독일의 도시와 정원에 대한 녹색 이야기!
* ‘책을 펴내면서’ 중에서
정원과 독일……. 어쩐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독일하면 떠오르는 것이 뭘까? 축구의 나라 독일!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자동차의 나라 독일! 벤츠와 BMW를 누가 모르랴. 음악의 나라 독일!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슈만 등등……. 그들이 선사한 아름다운 음악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이 덜 풍요로울 것이다. 문학과 과학과 철학의 나라 독일! 괴테, 하인리히 하이네, 토마스 만, 아인슈타인, 헤겔, 칸트, 니체, 하버마스, 에리히 프롬 등등 독일이 산출한 각 방면의 인재들의 이름만도 무수하다.
그런데 독일이 사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원의 나라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이 가꾸는 내 집 정원도 정원이지만,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도시의 정원을 만드는 것이 독일에서는 공공의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 도시의 정원은 공원이라는 형태로 대규모로 조성되기도 하고 도심의 교차로나 대로변에 점점이 가꾸어져 도심 속의 오아시스가 되기도 한다. 의식주처럼 기본생활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독일 도시의 정원이라고 보면 된다. 이 새로운 면모를 알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꽤 오래된 독일 정원의 역사만큼 많은 유산을 남겨놓고 있다. 그래서 독일정원에 대한 얘기도 무궁무진한 셈인데 이 책을 통해 첫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았다.
우선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정원박람회”를 주제로 삼았다. 독일을 여행해 본 사람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의 도시들은 무척 아름답다. 거의 완벽하리만큼 잘 가꾸어져 있다. 오랜 역사의 흔적과 새로운 도시의 태동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데, 도시를 이런 모습으로 가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또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 정원박람회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과연 4월은 잔인한 달일까?
여고시절인가 대학시절인가 기억도 가물거리는 먼 옛날,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T. S. 엘리엇의 시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교과서에 실렸던 것 같기도 하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시는 더 길게 계속되지만 누구나 안다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도 겨우 첫 소절을 읊조리던 수준이었던 우리가 외우고 다녔던 시 구절은 이쯤에서 그쳤던 것 같다. 지금처럼 소위 ‘황사테러’도 없었고, 환경파괴로 인한 이상기후현상도 모르던 그 시절, 한국의 사월은 아무리 나쁘게 보려고 해도 몹시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소풍을 다녀오면 어김없이 얼굴이 발갛게 익어버릴 정도로 햇살이 따가웠던 것으로도 기억한다.
잔인한 달이라니. 무언가 심오한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짐작되었고, 특히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라는 글귀의 매력은 전율할 정도였다. 그 의미를 깨닫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쥐어짰던가!
그러다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 후 해마다 4월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사월은 잔인한 달”을 떠올리고 고소를 금치 못하곤 했다. 다름 아닌 독일의 날씨 때문이었다. 심오한 철학이 자리 잡을 겨를도 없이 문자 그대로의 순수한 잔인함이 피부로 절실히 느껴지는 데야.
하늘은 황사 아니라도 늘 잿빛으로 찌푸려 있거나 드물지 않게 진눈깨비가 내리거나 그러다 갑자기 화사하게 해가 비치거나 그러다가도 또 순식간에 먹구름이 뒤덮곤 하는 사월. 늘 부슬부슬 내리는 가는 비에 우산 쓰기도 멋쩍어 그냥 맞고 다니면 습기가 한기와 함께 대책 없이 옷 속으로 스미는 사월, 코트 없이는 외출할 엄두도 못내는 으스스한 사월. 기나긴 겨울동안 언제나 봄이 오려나 하는 기다림에 지쳐 목이 길어지는 사월. … 중략 …
그런데 사월의 끝 무렵, 계절의 여왕 오월의 찬란한 금빛 옷자락이 얼핏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 거짓말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정원박람회의 오프닝 축제들이 그것이다. 오프닝 축제들이라고 복수를 쓰는 데서 짐작되는 바와 같이 정원박람회는 한 곳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전국 여기저기 여러 곳에서 열린다. 종류도 다양하다. 으뜸가는 것이 격년제로 열리는 연방박람회인데 경우에 따라서 국제박람회가 되기도 한다. 해마다 돌아가며 열리는 주 단위 정원박람회가 그 다음이며 그 외에도 각종 지방단체가 주최하는 박람회며 꽃전시회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차례
프롤로그
과연 4월은 잔인한 달일까?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정원박람회
정원박람회의 전통
독일 정원박람회가 걸어온 길
박람회 이외의 장소
항구도시 함부르크
플란텐 운 블로멘
칼 플로민과 함부르크 정원박람회
저마다의 낙원
플란텐 운 블로멘의 요정
바람길의 도시 슈투트가르트
바람 바람 바람
U자형 그린벨트
신궁과 정원들
1961 정원박람회 – 바로크 정원이 모더니즘 정원이 되다
1977 정원박람회 – 유서 깊은 풍경식 정원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 하다
킬레스파크, 신풍경주의의 등장 – 채석장이 장미계곡이 되다
1993 국제정원박람회 – 환경조형물의 등장
자유도시 뮌헨
1983 국제정원박람회 – 웨스트파크
2005년 BUGA 리머파크 – 이상한 나라의 엄지공주-
젊은 도시 베를린
베를린의 뱃살
1985 정원박람회
포츠담 가는 길
정원 도시 포츠담
낭만적인 정원도시 포츠담
2001 정원박람회
페터 요셉 르네, 문화경관을 만들다
부가파크 – 포츠담 시민공원
칼 푀르스터의 선큰가든
색의 도시 라테노우
어느 작은 도시의 발돋움
실내정원
지방정원박람회(LaGa, Landesgartenschau)
정원의 새로운 패러다임
by 고정희 | 2018-11월-12
고정희의 바로크 정원 이야기
유럽 정원에 담겨 있는 공간의 비밀
고정희 지음 / 256면 / 반양장 / 올 컬러 / 152×210 / 14,000원
초판 1쇄 출간: 2008년 6월 2일
출판사 책 소개: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바로크 시대 인물들과 흥미진진한 유럽 정원의 비밀 속으로!
지금까지 알고 있던 베르사이유는 잊어라!
보이는 것과 보아야 하는 것의 차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그림만이 아니다!
“사진은 베르사이유 정원 테라스에서 운하 쪽으로 내려다 보며 찍은 중앙 축의 전경이다. 정원이 끝나는 지점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나 베르사이유 정원을 거닐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렇게 한 눈 안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정원이 실은 끝도 없이 넓다는 것을. 걸으면 걸을수록 운하는 점점 멀어져 간다. 마치 신기루 같고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중앙축의 길이가 테라스에서 운하가 끝나는 지점까지만 대략 3킬로미터쯤 된다. 어떻게 3킬로미터 공간을 한 눈에 쏙 들어오게 만들 수 있는가. 이것이 르 노트르 공간 디자인의 관건이었다.”(본문 69쪽)
이 책은 베르사이유, 보 르 비콩트, 헤렌하우젠, 쌍수시 정원을 대상으로, 바로크 정원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하고 소멸하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공간의 마술사로 불리는 르 노트르의 ‘공간 비밀’, 베르사이유의 운하와 아폴로 분수, 녹색 양탄자, 라토나 분수에 담겨 있는 숨은 의미를 파헤침으로써 바로크 정원의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바로크의 공간 혁명과 역원근법을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유럽 정원의 비밀 속으로…
“운하의 양변을 이어나가다 보면 저 멀리 지평선에서 서로 만나는 지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것을 소실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간혹 일반 가로수 길에서 이 소실점이 실제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세상이 왜소해 보인다. 세상의 끝이 한 점으로 축소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베르사이유 정원에서는 이 소실점이 보이지 않는다. 미연에 방지했기 때문이다. 태양왕께서 보시기에 자기 세상이 한 점으로 끝나버린다면 얼마나 노하셨겠는가? 소실점이 생기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소실점이 인지되지 않을 적당한 위치에 횡으로 장애물을 두는 방식을 즐겨 취했다. 베르사이유에서 시도된 이후 바로크 정원에서 늘 이용되었던 것이다. 장애물에 걸리면 앞으로 향하던 눈이 옆으로 이동하게 마련이다. 이로 인해 공간이 마무리 되며 하늘과 더불어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동시에 장애물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세상이 궁금해지게 된다. 눈으로 보고 인지하는 것과 상상되는 것들을 교묘하게 배합한 것이다.”(본문 71-72쪽)
태양왕 루이 14세를 위해 공간의 마술사 르 노트르가 창조한 베르사이유 정원에는, 왜 소실점이 없는지, 3킬로미터의 공간이 왜 이리 짧아 보이는지, 녹색 잔디밭 뒤에 있는 운하가 왜 잔디밭 보다 커 보이는지, 잔디밭은 왜 경사져 있는지, 이런 것들을 궁금해 한 독자들은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잔디밭은 절묘한 계산 하에 기울어져 만들어졌고, 아폴로 분수는 그저 장식용으로 그 자리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운하의 양 옆에 줄지어 심겨져 있는 나무들 역시 필요에 의해 그곳에 자리 잡았다.
거대한 베르사이유 정원은 역원근법과 공간 접기, 끌어 당기기, 망원경 효과, 숨바꼭질 기법, 착시 효과 등과 같은 공간 장치와 다양한 기법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탁월하고 치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은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정원에 감추어져 있던 의도된 장치들이 선사해주는 정원 읽기의 색다른 즐거움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바로크 시대 인물들
다양한 공간 장치들과 바로크 코드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바로크 정원의 탄생 배경에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바로크 시대 인물들이 있었다. 보 르 비콩트 정원으로 태양왕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던 재상 푸케는 그 연회를 빌미로 내쳐져 결국 종신형에 처해지게 된다. 루이 14세에게, 재상 푸케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였으며, 소피 왕비는 왜 헤렌하우젠 정원에 정성을 쏟았는지, 프리드리히 대왕이 쌍수시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정원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정원을 읽는 흥미를 더해준다.
“프랑스의 보 르 비콩트와 베르사이유 정원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보면 절대군주체제가 확립된 과정과 거의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대군주에게는 궁보다도 정원이 더 중요한 도구였었다. 왕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고 땅끝을 모른다는 것을 귀족들에게 과시해야 했으므로 문자 그대로 지평선까지 연결되는 정원을 만들었다. 건축이 가지는 한계를 자연이 보완해 주는 것이기도 했고 동시에 국왕이 자연까지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정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 밖으로 또 하나의 궁을 연장한 거였다.
어느 왕이 이 기막힌 아이디어를 본뜨고 싶지 않았겠는가?”(본문 38-39쪽)
유럽에 가서 무엇을 볼 것인가
유럽을 여행할 때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크 정원이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거나 그야말로 발에 채이는 것이 옛 교회나 궁인데, 거기에는 언제나 정원이 딸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바로크 정원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정원이고, 비엔나의 쉔부른, 베를린의 샤를로텐부르크, 영국의 햄프턴 코트 팰리스 등도 낯익은 이름들이다. 특히 프랑스는 절대적으로 바로크 정원의 나라이다. 베르사이유 외에도 파리 중심부의 튈르리 공원, 소르본느 가의 룩셈부르크 정원 등 관광객으로 거치게 되는 코스에 놓여있는 정원들이 거의 다 바로크 정원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크 정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바로크 정원이라는 것을 알고 보는 경우는 드물다. 미술사조나 건축양식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두꺼운 여행서적에도 정원에 대한 설명은 간단명료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과연 바로크 정원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연들이 얽혀 있는지 알고난다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그림뿐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선사하는 것은 ‘정원 읽기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차례:
왜 바로크 정원인가
가장 유럽정인 정원
‘유럽풍의 정원’이 뭐더라
반 종교개혁의 덤으로 태어난 바로크
정원 양식 구별하기
공간 혁명
왕실에서 왕실로 전해진 바로크 정원
공간의 마술사 앙드레 르 노트르
베르사이유의 정원사
튈르리 정원
수도원에서 기하학을 배우고 화가의 꿈을 꾸다
자수화단을 싫어한 르 노트르
퍼스펙티브 – 원근현상과의 씨름
운하의 비밀
르 노트르와 태양왕
묘비명
절대군주의 무대장치, 베르사이유
‘대운하 건설’과 1400개의 분수
오렌지 정원
태양왕
몰리에르와 보스케
상징과 암시 – 알레고리와 심볼
뒷이야기
푸케와 보 르 비콩트
두 개의 태양
아코디언처럼 정원을 접다
헤라클레스는 알고 있었다
소피 왕비와 헤렌하우젠
하노버라는 도시
정원 앙상블 – 헤렌하우젠
정원의 신데렐라 – 베르크 정원
겨울 왕과 소피 공주와 삼십년 전쟁
헤렌하우젠의 그로테
파르테르와 보스케
풀리지 않은 숙제
프리드리히 대왕과 쌍수시
근심 없는 곳
포도나무가 자라는 언덕 위의 내 작은 근심 없는 집
보물찾기
에필로그
바로크 코드
정원 이야기는 곧 사람 이야기
by 고정희 | 2018-11월-12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13가지 이야기로 풀어본 조경이란 무엇인가
도서출판 나무도시
“조경은 땅의, 생명의, 기억의, 관계의 예술이다. 자연과 문화가 대화하는, 삶의 예술이다.”
240면 / 무선제본 / 올컬러 / 152×225 / 9,000원
초판 1쇄: 2007년 10월 17일 출간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아파트 단지 내의 조경공간이 아파트 값을 결정하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선거철이 되면 다투어 공원 녹지 관련 공약을 내세운다. 덕분에 공장이 떠나간 자리에 공원이 들어서고, 쓰레기 매립장도 공원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대가 되었다. 쾌적하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삶의 터전’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진 탓이다.
그러나 살고 싶은 도시, 걷고 싶은 거리를 꿈꾸며 기꺼이 도시로 녹색을 초대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공원을 비롯한 외부공간을 창조하는 조경에 대한 인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경(景)을 만드는(造) 것, 환경을 가꾸는 것, 공간과 시간을 매만지는 것, 삶의 토양을 건강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이 조경이건만, 이 복합적이며 통합적인 작업이 무슨 연유 때문인지 단순히 ‘나무 심기’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조경분야의 소통창구이자 매개 역할을 담당했던 월간 <환경과조경>의 창간 25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이 책은, 그렇다면 조경이란 무엇인지, 조경의 특성과 매력은 과연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소개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조경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새로워져, 우리의 삶의 공간이 보다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특별한 구분 없이 13편의 원고가 실려 있지만, 이 책은 대략 네 개의 범주를 갖고 있다.
그 하나는 조경의 역사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원고가 이에 해당되는데, 고정희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풍경식 정원을 세로지르며 서양 조경 사백년사를 단숨에 훑어주었다. 조경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정원 양식의 변천을 이해하는데 있어, 그의 명쾌한 정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이유직은 한국, 중국, 일본 전통정원의 특징을 간결하게 정리함으로써 동아시아 삼국의 조경 원류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서양 정원과 다른 동양 정원에 담겨 있는 의미와 각기 다른 정원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두 번째 범주는 조경이란 행위와 과정이 생산해내는 구체적 결과물들이다.
정원은 앞선 두 편의 원고에서 비중 있게 소개되어 제외했고, 대표적인 조경공간인 공원과 광장, 가로, 골목길 등을 고찰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개별 대상을 살펴보기에 앞서, 주신하가 도시, 경관, 조경의 관련성에 대해 짚어 보았다. 그의 글은 ‘도시를 디자인하는 조경’이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본격적인 대상 고찰에 나선 최정민은 공원에 천착했다.
도시 문제의 해결이라는 과제를 안고 탄생한 공원의 변화와 전지구적 확산, 전형적인 공원 스타일에 대한 무비판적 복제, 새로운 공원 모델 제시를 위한 노력들을 꼼꼼하게 살펴본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은 결국 그림 같은 공원의 극복이 아닐 런지.
공원에 이어 다룬 것은 광장과 가로이다. 홍형순은 도시의 가로와 광장의 의미를 짚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길을 둘러싼 동서양의 다른 문화에 대해 들려준다. 가로와 광장, 골목과 마당의 차이를 음미해보는 것은 흥미롭다.
홍형순의 글에서 조금 언급되었던 골목길에 집중한 김연금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우리네 골목길의 정취와 풍경을, 기억의 저편에서 불러낸다. 골목길과 같은 완전히 사적이지도 백퍼센트 공적이지도 않은 잉여적 공간을 주 대상으로 삼는 조경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물음으로 마무리된 그의 글은, “아날로그적 정서, 사람 냄새, 인정, 생활의 공간, 다목적 공간, 사건 생성적 공간, 커뮤니티, 매개적 공간” 등등의 단어를 오래도록 떠올리게 한다(사실 지금의 조경은 공원, 정원, 광장, 가로와 같은 전통적 영역뿐만 아니라, 보다 복합적이며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는 대상지를 다루고 있지만, 책의 분량을 감안하여 부득이 공원과 같은 몇몇 대상지만 집중적으로 소개하였다).
세 번째 범주는 조경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흔히 조경은 종합과학예술이라고 칭해지는데, 이 책에서는 조경의 여러 특성 중 자연성, 예술성, 공공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박승진은 마천루와 같은 수직적 욕망이 꿈틀대는 이 도시에, “수평으로 번식하고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하며 자신의 희생을 통해 미래를 이어나가는” 자연의 가치가 절실히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자연을 미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자 조화로움을 일깨워주는 존재로 바라보길 권하고 있다. 그의 글은 “자연이 사라진 자리에 자연을 채우는” 조경가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조경을 삶의 예술이라 칭한 배정한은 눈에 띄는 몇몇 사례를 통해, “자연과 다른 예술과도 다른 조경”만의 매력을 전달코자 했다. “인간 삶의 터전이자 바탕인 땅을 보다 지혜롭고 건강하고 아름답게 쓰고자 하는 것이 조경의 목적”이란 구절로 시작되는 그의 조경에 대한 정의는, 이 책의 독자들이 곱씹어볼만 하다.
색다른 이력을 가진 필자인 이유주현에게 부탁한 것은 조경의 공공성이었다.
도시에서, 사회에서 조경공간이 가치 있게 느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무개의 소유가 아니라 공공의 것이란 점이다. ‘개인의 정원’이 ‘모두의 공원’으로 바뀌게 된 과정과 공공성의 틀로 조경가의 역할을 바라본 그의 글은, 이 땅의 조경가들에게 “공공의 가치가 사적인 소유에 의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 고민하길 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네 번째 범주는 조경가의 역할과 조경의 재료에 대한 것이다. 조경에 과학과 예술의 특성이 모두 있듯이, 조경가에겐 작가와 코디네이터의 속성이 모두 있다고 파악한 성종상은, 자신이 직접 수행했던 작업을 예로 들어가며 다원화된 가치와 조화를 추구하는 이 시대에 더욱 부각되고 있는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나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이 필요한 외부공간의 조성에 있어, 통합적 사고는 주목을 요하는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이어서 ‘흙과 바람 사이의 모든 것’이란 근사한 제목으로 김아연이 다루고 있는 것은 조경의 재료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나무와 돌, 금속뿐만 아니라, 바람과 빛, 그림자와 소리처럼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들, 존재하지만 만져지지 않는 것들”도 조경의 재료라고 말하는 그는, 여러 가지 재료와 그 속성, 조합의 중요성을 찬찬히 설명한 후, 조경에서 왜 상상력이 요구되는지를 언급하며 글을 맺었다.
마지막은 구체적인 작품의 리뷰라 할 수 있다.
정욱주는 이전 시대와 구분되는 현대 조경설계의 주요 특징으로 “과거 어느 시대 보다 다양한 예술적 측면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과 대규모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통해 “도시 구조 재편에 개입하는 적극성”을 꼽은 후, 주목해볼만한 해외 조경가와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켄 스미스와 캐서린 구스타프슨, 피터 라츠의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 조경이 일구어나가고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엿볼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남기준은 “지금, 여기의 조경”이란 글을 통해, 그동안 주목받은 현대 한국 조경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글쓴이들
고정희_고정희조경설계연구소 소장
김아연_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김연금_커뮤니티 디자인센터
남기준_환경과조경
박승진_조경설계 서안 / studio loci 소장
배정한_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성종상_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
이유주현_한겨레 기자
이유직_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정욱주_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주신하_서울여자대학교 원예조경학전공 교수
최정민_조경비평 봄 동인
홍형순_중부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차례
첫 번째 이야기_서구 근대조경사 개관
서구 근대조경의 탄생과 변화_고정희
두 번째 이야기_한․중․일 전통정원 비교
동아시아 전통정원의 멋과 특징_이유직
세 번째 이야기_도시․경관에 대하여
도시를 디자인하는 조경_주신하
네 번째 이야기_공원에 대하여
그림 같은 공원의 시작과 변화 그리고 우리의 공원_최정민
다섯 번째 이야기_가로와 광장에 대하여
모든 길은 광장으로 통한다_홍형순
여섯 번째 이야기_골목길에 대하여
잉여의 공간, 골목길_김연금
일곱 번째 이야기_조경과 자연
조경의 영원한 로망, 자연_박승진
여덟 번째 이야기_조경과 예술
조경, 삶의 예술_배정한
아홉 번째 이야기_조경과 공공성
공공성의 실현이라는 가치_이유주현
열 번째 이야기_조경가의 역할
작가와 코디네이터의 경계에서_성종상
열한 번째 이야기_조경의 재료
흙과 바람 사이의 모든 것_김아연
열두 번째 이야기_해외 조경작품 리뷰
현대 조경의 지형도 엿보기_정욱주
열세 번째 이야기_국내 조경작품 리뷰
지금, 여기의 조경_남기준
by 고정희 | 2018-11월-12
고정희의 중세 정원 이야기 1
고정희 지음
도서출판 나무도시
343면 / 무선제본 / 올컬러 / 신국판 / 20,000원
2011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천 년을 넘게 지탱한 수도원의 정원,
그리고 모험과 사랑이 충만했던
기사들과 시인들의 정원 속으로 떠나는 긴 시간 여행!”
이 책은……
타고난 정원 이야기꾼인 고정희 박사의 세 번째 정원 이야기! 전작이었던 “독일 정원”과 “바로크 정원”에 이어 “중세”를 택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상징과 수수께끼로 가득 찬 중세 정원의 신비를 풀어가는 지적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한 점의 그림으로 전해지는 “파라다이스 정원”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수도원 정원에 담겨 있는 상징과 역할은? 또 중세 전문가들이 아직까지도 그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 성 갈렌 수도원의 설계도 이야기부터 로쿠스 아모에누스의 귀환에 이르기까지, 한 꺼풀씩 드러나는 중세 정원의 모습은 색다른 차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편, 르네상스 정원과 바로크 정원의 커다란 유산 때문에 실제 정원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중세 정원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3년여 동안 유럽의 곳곳을 답사하고, 수많은 중세 문헌을 연구한 저자의 긴 시간 여행이 이끄는 곳은 중세 정원이면서 동시에 중세라는 시대이다. 때문에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을 믿었던 중세가 결코 암흑의 시대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중세 정원의 실체를 하나씩 추적해가는 저자의 노력은 긴 창을 옆구리에 끼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하는 늙은 기사처럼 무모해보이기도 하지만, 그 지적 탐구의 긴 여정은 그 자체로 큰 즐거움을 전해준다.
본문 중에서……
우리들이 지금도 조상신들의 존재를 어느 정도 믿고 존중하는 것처럼 중세 사람들은 신과 각종 악귀와 잡귀들의 존재를 믿었고 요정과 마법사를 믿었다. 세상에는 사람들과 사람이 아닌 존재들이 공존한다고 믿었다. 하늘에 그리고 땅 밑에 다른 세상이 있다고도 굳게 믿었다. 오로지 사람들이 사는 지상이 전부라고 믿고 있는 우리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우주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대도 마찬가지였지만 중세 역시 마법으로 가득한 시대였다. 이런 다차원적인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그들은 상징의 힘을 빌어야 했었다. 그것이 그들이 알고 이해하던 세상이었다. 그런 그들의 세상을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고 해석하면서 미신이 가득했고 미개했던 세상이라고 말 할 자신이 없다. 오히려 아직도 풀어내야 하는 수수께끼가 많은 신비한 세상이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독자들에게 그 시대의 마법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전달해 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 오로지 인간만이 존재하고 인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덜 아름다워 보인다. 지금 지구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때문에 더욱 그러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증명할 수 없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고 깊은 세상을 독자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중세의 매력에 빠져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_ p.9
유럽 중세의 정원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수도원 정원, 파라다이스 정원, 장미 정원, 기쁨의 정원, 사랑의 정원, 비밀의 정원……. 하긴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이 만들어 낸 것이니 이름이 많을 수밖에.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이름들이 생긴 것은 중세의 정원이 다양하고 풍부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유럽 중세 정원의 실체는 단순했다. 위의 많은 이름 중 실제로 만들어진 정원은 수도원 정원과 기쁨의 정원뿐이었다. 중세 사람들에게 정원은 우선 ‘식물이 심겨있는 곳, 혹은 식물이 있는 곳‘이었다. 이 식물들은 대개 유용 식물들이었다. 아직 정원 디자인의 개념이란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정원이 감상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었다. 유용한 식물을 심은 약초원, 채소밭, 과수원을 모두 정원이라 불렀고 자연경관 속에서 사람이 ’머물기에 좋은 곳‘이 있으면 이것도 정원이라고 불렀다. 정원은 유용한 곳이었고 머무는 곳이었다. 먼저 유용한 정원으로 시작되었다가 후에 머물기 좋은 곳이 되었고 머물기 좋은 곳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을 ’기쁨의 정원‘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유럽 정원의 출발이 되었다. 그럼에도 많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정원의 개념이 확연하게 두 방향으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위에서 본 실제 정원의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상징’으로서의 정원이었다. 파라다이스 정원, 사랑의 정원, 비밀의 정원은 실제로 만들어진 정원이 아니고 상징으로만 존재했었다. 상징으로서의 정원은 또 다시 종교적 상징성과 문학적 상징성으로 나누어야 한다. 종교적인 것은 주로 그림으로 표현되었고, 문학 속에서 비로소 속세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속세의 그림은 이야기책의 삽도로 감추어져 있었다. 중세 때 가장 인기 있었던 장르는 영웅들의 무훈담과 기사들의 모험담이었다. 중세를 편의상 전반과 후반으로 나눈다면, 건국신화가 만들어졌던 전반부에는 영웅들의 무훈담이, 기사도가 형성되었던 후반부에는 기사들의 모험담이 노래로 불렸다. 이 노래들 속에서 많은 정원과 만나게 된다. 이 정원들은 장미정원, 비밀의 정원, 혹은 그저 정원이라고 불렸지만 상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였다. _ p.12~14
상징은 시대의 암호이다. 한 시대가 지나가면 상징도 함께 묻혀버리고 만다. 다음 시대의 사람들은 지나간 시대의 상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이 오랫동안 중세를 이해하지 못했다. 덕분에 중세는 암흑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누군가 농담처럼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중세가 어두웠던 건, 밤을 밝힐 수 있는 것이 촛불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 촛불설 외에도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교회의 그림자가 너무 짙어서 세상이 어두웠다는 거였다. 다른 하나는 중세 초기에 대한 사료가 없어 시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였다. 그래서 어두운 시대, 즉 dark ages라고 부른 것이다. 교회의 그림자가 깊었던 것도 맞고 사료 탐구가 어려운 것도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시대 전체가 암흑에 싸여 있었다고 믿는 것은 좀 가혹하다. _ p.21~22
중세의 정원은, 그리고 정원을 노래한 많은 글과 그림이 중세가 결코 어둠의 시대만은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줄기차게 정원과 사랑을 노래했던 시대가 어두웠을 리 만무하다. 실제로 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은 중세 말기부터였다. 그리고 근세 초기가 되면 세상은 정말 어두웠다. 르네상스 예술의 불이 그리 환하게 타올랐던 것은 아마도 세상의 어둠을 밝히려 스스로를 태웠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어서 바로크 시대가 오자 역사에 그리 밝지 못한 사람들이 어두웠던 시대가 중세였다고 말했던 거다. _ p.22
차례……
프롤로그
중세의 정원, 에덴의 동쪽과 서쪽
중세의 파라다이스 정원은 마리아였다
기사와 시인들의 정원은 모험이었고 사랑이었다
Part1. 시대
1. 유럽의 중세는 어떤 시대였나
2. 중세의 시작
게르만족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다
민족 대이동
기독교의 전파
봉건제도가 시작되다
최초의 유럽인 카롤루스 대제
힘의 분배 – 황제와 교황
수도원과 수도회
“성자와 현자의 섬” 아일랜드
3. 중세 황금기
혁명의 시대
중세의 베스트셀러 – 아서 왕 전설과 니벨룽겐의 노래
기사도와 십자군 전쟁
교황청의 위기
4. 중세 말기 – 어둠의 시대
검은 죽음
백년전쟁 – 영국과 프랑스의 실질적인 탄생기
동방박사들이 가져 온 물음들 – 새 시대의 시작
Part2. 정원
1. 수도원 정원
떠도는 왕국 – 정원은 어디에
수도원과 속세의 관계는 정원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치유의 정원
수도원 정원에 영향을 준 것들
2. 수도원 정원의 구조
실용 정원과 종교적 상징 정원
성 갈렌 수도원의 설계도 – 중세적 도시 개발 계획의 청사진
약초원
중세 최초의 정원 디자이너 –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의 역할
3. 기사의 정원
잠자는 미녀의 정원
기사들의 삶과 정원과의 상관관계
중세 전반기의 기사문학 – 이야기 속의 정원
시로 보는 정원 – 로쿠스 아모에누스의 귀환
그림으로 보는 정원 – 정원이 사랑의 알레고리가 되다
비너스의 귀환 – 르네상스로 가는 길
에필로그
중세엔 튤립이 없었다
by 고정희 | 2018-11월-13

– 식물에 새겨져 있는 문화 바코드 읽기
고정희 지음
도서출판 나무도시
태초에 식물이 있었다.
그들의 신화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인간의 신화와 전설, 상징에 담겨 있는 식물의 자취를 좇다.
식물도감에서 접할 수 없는 식물 문화 이야기,
작전의 명수인 식물들의 흥미로운 모험담!
303면 / 무선제본 / 올컬러 / 신국판 / 16,800원
이 책은……
이 책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한 식물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16세기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튤립부터 2억 7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온 식물들이 인류의 삶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세심히 살피고 있다.
수로부인의 진달래, 마고여신의 복숭아나무, 유화부인의 버드나무, 심청의 연꽃처럼 우리의 신화와 전설에 담겨있는 식물은 물론,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라는 누명을 쓰게 된 사과나무와 비너스의 눈물이 변해서 생겨난 양귀비, 게르만 족에게 거의 유일한 나무로 추앙받았던 마가목 등 서구문화권에서 주목 받았던 식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인류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신화와 예술 작품, 이를 테면 그리스 신화와 셰익스피어의 희곡, 삼국유사와 심청전, 보티첼리와 푸생의 그림,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등에 등장하는 여러 식물들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분석은 식물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되돌아보게 하고, 문화의 원류가 무엇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또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영원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식물은 어떤 존재일까, 아니 식물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출판사 서평……
● 작전의 명수인 식물들의 모험담!
– 튤립은 ‘미모’로, 주방식물들은 ‘쓸모’로
감자, 토마토, 후추, 옥수수, 커피는 식품이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나머지 간혹 잊고 사는 사실이지만, 그들은 분명 식물이다. 그것도 보통 식물이 아니다. 인디언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옥수수의 신화는 신기할 만큼 성경 속 이야기와 닮아 있고, 후추는 타이탄들의 치열한 전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심지어 인디언들이 몰살당해 미대륙이 텅 비자 다시 사람으로 채우기 위해 ‘감자의 신’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감자의 신이 유럽의 감자를 썩게 해서 굶주린 사람들을 미대륙으로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에는 감자썩음병이 창궐해 인구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아일랜드 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이처럼 비주얼이 출중하지 않은 주방식물들이 지구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쓸모’를 내세웠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솔깃하다.
그런가하면 ‘미모’를 앞세운 튤립은 네덜란드에 튤립 투기 열풍을 불러왔다. 마치 우리가 주거의 목적의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고 그것을 되팔고 되팔아서 엄청난 잉여가치를 형성했던 것처럼, 구근 하나 당 단 두 개의 새 구근만을 만드는 튤립의 특성이 결합되어 희귀한 튤립 구근을 되팔고 되파는 투기 시장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서 이런 튤립을 포함해, 아도니스 정원 패키지를 판매하는 것을 바라보며 시작된 저자의 식물 단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해리포터의 마법의 세계로까지 나아간다.
● 신화와 예술 작품을 넘나드는 식물 오디세이
– 그리스 신화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거쳐 해리포터의 마법의 세계까지
게르만, 켈트 족의 후예들과 30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온 저자는 지나치리만큼 열정적인 그들의 식물에 대한 애정을 가장 오래된 이야기인 신화에서부터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후 식물과 인류 문화의 연관성을 좇는 저자의 시선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메소포타미나의 ‘길가메시 서사시’,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 푸생의 ‘플로라의 왕국’, 보티첼리의 ‘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서왕모가 등장하는 ‘산해경’, 인디언의 전설을 지나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으로까지 이어진다. 또한 오랜 객지생활에서 비롯된 우리 것에 대한 갈증이 바리데기와 도화녀, 수로부인, 유화부인 그리고 심청전에 대한 색다른 해석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 식물을 뿌리로 한 인류 문화의 유사성과 사람들을 치유하는 식물의 힘!
– 심청이 물에 빠져야만 했던 이유는?
저자는 이규보의 서사시 동명왕편에 등장하는 유화부인 이야기가 웨일즈 지방에 전해져 내려오는 케리드웬 여신의 이야기와 교묘하게 겹치고, 헌화가와 함께 전해지는 수로부인 설화에서는 지중해의 플로라 여신이 떠오른다며, 식물을 뿌리로 한 인류 문화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태초에 물과 연꽃만이 있었다는 이집트와 인도의 창조신화 또한 놀랍도록 닮아있고, 연꽃에서 솟아오르는 우리의 심청전 또한 그와 맥을 같이 한다고 지적한다. 식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수로부인의 헌화가와 심청전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새롭고 흥미롭다. 특히 심청이 연꽃을 타고 지상으로 돌아온 까닭을 연화화생이 아니라 치유와 위로를 담당했던 신의 역할, 자연의 역할에서 찾으며, 인류를 보살펴온 식물의 넉넉한 품을 강조하는 저자의 분석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본문 중에서……
유럽이 기독교의 대륙이 되기 이전 그들 역시 자연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신앙이 신화와 전설이 되어 면면히 내려오고 있는데, 그 시작에 나무가 있었다. 그들의 신화는 사람이 나무에서 태어났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영원한 젊음을 약속하는 황금사과 이야기까지 신통한 식물의 이야기들로 점철되어 있다. 신화라는 것이 거대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사람의 자리를 찾으려는 절절한 소망으로부터 출발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게르만 족이나 켈트 족의 신화 뿐 아니라 이집트,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인도 등 어디를 살펴보아도 애초에 신화의 길을 연 것이 식물이 아닌가 싶게 식물을 끼고 돌았다. 신화시대의 사람들에겐 식물이 절대적 존재였던 모양이었다. 바로 그 신화가 문화가 되어 오늘도 우리 주위에 오롯이 살아있다. _ 8쪽
두고두고 자손 대대로 신화를 우려먹는 유럽인들과는 달리 우리는 신화와 쉽게 결별을 했다. 우리 신화의 자취를 찾다보면 신화연구가의 전문서적과 어린이들을 위한 옛날이야기 사이에 커다란 공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사이의 것을 잘라내어 ‘민속’이라는 폴더 속에 가둬둔 때문이다. 교양인일수록 신화를 말하면 그리스 신화를 먼저 떠올린다. 잘생긴 청년을 아무도 호동왕자와 비교하지 않는다. 칭찬을 하려면 아도니스 같다고 해야 한다. 남의 신화는 신화이고 우리의 신화는 민속 혹은 무속이 된 사연을 여기서 파헤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이브의 후예인지 아니면 웅녀의 후예인지를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웅녀의 후예라는 생각을 같은 웅녀의 후예들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 객지생활이 길어지니 내 것에 더 갈증이 났다. 그들의 일상과 문화 속에 아직도 면면히 살아 있는 신화와 식물 문화를 바라보면서 우리 것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우리 신화 속의 식물을 보니 우선 마늘과 쑥이 보였다. 박달나무도 있었다. 그리고 흔적이 끊겼다. 그래서 찾기 시작했다. 우리만 유독 식물을 등한시했던 걸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히 1920년대에 그려진 단군의 초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락없는 나무신(木神)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나뭇잎으로 된 어깨 장식이며 허리 장식이 눈에 꽂혀 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의 식물 오디세이는 이렇게 출발했다. 여기 부족한 대로 그 첫 열매를 담아낸다. _ 10~11쪽
굳이 신화라기보다는 사람과 함께한 식물의 오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중 가장 오래 된 이야기가 신화일 것이니 그로부터 시작함이 옳을 것 같다. 다른 문화권의 신화와 우리의 신화에 식물이라는 코드를 입력하자 의외로 접점이 찾아졌다. 아쉽게도 그 접점에서 찾아 낸 식물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직은 네 종의 식물밖에는 찾지 못했다. 진달래, 복숭아나무, 버드나무 그리고 연꽃이다. 접점에서 찾아진 식물이라고 해서 이 식물들을 서구의 신화와 우리 신화가 공유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공유하는 것은 그 중 버드나무와 연꽃뿐이다. 그러나 이 네 종의 식물 모두 양문화권의 공통점을 찾게 하는 단서가 되어 준다. 지구상에 사는 수십 만 종의 식물 중에서 달랑 네 종밖에 찾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한 편 이렇게 접점이 찾아지는 것만 해도 흥미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서에서는 서구문화권의 식물 이야기와 우리의 식물 이야기가 때로는 서로 만나고 때로는 별개의 길을 걷는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_ 11쪽
식물에 혼이 있어 세상사에 개입한다고 보는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경우 식물에 대해 말할 때 ‘사람에게 이로운 식물 혹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물’이라고 하지 않고 ‘사람을 좋아하는 식물’이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그게 그거인 것 같지만 사실 큰 차이가 있다. 사람이 아닌 식물이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식물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식물이 사람에게 ‘다가왔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후추나 사탕수수, 목화, 각종 곡식과 채소 등 외모로 보아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는 것들이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사람에게 ‘나를 이러 이러하게 써라’라고 속삭여 주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식물을 의인화하는 것과는 차원이 좀 다른 얘기다. 의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신격화하는 것이다. 약초를 요즘은 ‘plant spirits medicine’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에 포함된 특정한 성분이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혼 혹은 식물의 신이 치료를 담당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정신이 나갔거나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한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식물이 가지고 있는 온갖 신비한 성질을 한 방에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_ 63~64쪽
차례……
책을 펴내며
그들은 나무를 심었다 / 식물과 사람과의 관계 / 새내기와 은밀한 고수들 / 식물은 신화를 푸는 열쇠다 / 사랑하는 M에게
1장. 조물주의 봄 컬렉션, 튤립
터번이라 불리는 꽃 / 양파가 될 뻔한 튤립 / 네덜란드 드림 / 공주병과 매스게임 / 튤립의 또 다른 이름, 울금향 / 세종대왕과 울금향
2장. 작전의 명수들
의리 없는 토마토 / 타이탄들의 후추 전쟁 / 식물은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다 / 바흐의 음악은 커피나무 혼이 함께 작곡했다 / 천사와의 씨름
3장. 아름다운 저승, 서천꽃밭
아름다운 저승 / 지중해의 서천꽃밭 / 플로라 반정
4장. 진달래가 피어야 봄이 온다
겨울 이야기 / 겨울의 쇼다운 / 봄 이야기 / 아도니스의 정체 / 노인이 건넨 꽃 / 진달래
5장. 분홍의 힘, 복사꽃
봄을 먹다 / 귀신도 두려워 한 복숭아의 위력 / 혼들이 드나드는 문 / 서왕모의 변신 / 서왕모와 마고 / 복사꽃 마을 / 복사꽃 여인과 도깨비 수난기
6장. 물과 뭍의 경계에 서 있는 버드나무
나무로 변한 물, 버드나무 / 버드나무 정령들 / 해모수는 유화를 버렸나 / 왕의 노래
7장. 연꽃, 심청이 물에 빠져야 하는 이유
꽃을 든 부처 / 연꽃, 군자의 친구인가 / 심청의 본질 / 효녀인가, 유녀인가 / 심청은 물에 빠져야 한다 / 하늘에 속한 꽃, 연 / 고구려 무덤 벽화의 연꽃
8장. 이브에게 돌려준 루터의 사과
모든 악은 사과로부터 온다? / 사과나무 정원 / 한국에서 사과의 흔적 찾기 / 사과나무 정원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 농경생활의 시작은 당연한 길이었을까 / 구제역 / 기적의 사과 / 루터와 사과나무
9장. 영원히 젊은 마가목, 죽지 않는 주목
식물은 과연 하찮은 존재인가 / 마가목의 붉은 열매는 신들의 양식이었다 / 생명력 그 자체 / 식물의 특징이 식물의 효능을 말해준다 / 시작과 끝이 만나는 지점에 서 있는 나무, 주목
10장. 나무에 걸린 희망
푸생의 마지막 메시지 / 하늘을 연 나무 / 주먹밥 나무 / 거친 들의 개암나무 /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 히로시마의 은행나무 / 은행잎 / 은행나무 동화 / 사람과 같이 한 오랜 세월 / 다시 암스테르담 공항
주석 / 참고문헌 /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