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에 새겨져 있는 문화 바코드 읽기

고정희 지음

도서출판 나무도시

태초에 식물이 있었다.
그들의 신화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인간의 신화와 전설, 상징에 담겨 있는 식물의 자취를 좇다.

식물도감에서 접할 수 없는 식물 문화 이야기,
작전의 명수인 식물들의 흥미로운 모험담!

303면 / 무선제본 / 올컬러 / 신국판 / 16,800원

이 책은……
이 책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한 식물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16세기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튤립부터 2억 7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온 식물들이 인류의 삶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세심히 살피고 있다.

수로부인의 진달래, 마고여신의 복숭아나무, 유화부인의 버드나무, 심청의 연꽃처럼 우리의 신화와 전설에 담겨있는 식물은 물론,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라는 누명을 쓰게 된 사과나무와 비너스의 눈물이 변해서 생겨난 양귀비, 게르만 족에게 거의 유일한 나무로 추앙받았던 마가목 등 서구문화권에서 주목 받았던 식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인류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신화와 예술 작품, 이를 테면 그리스 신화와 셰익스피어의 희곡, 삼국유사와 심청전, 보티첼리와 푸생의 그림,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등에 등장하는 여러 식물들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분석은 식물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되돌아보게 하고, 문화의 원류가 무엇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또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영원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식물은 어떤 존재일까, 아니 식물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출판사 서평……

● 작전의 명수인 식물들의 모험담!
– 튤립은 ‘미모’로, 주방식물들은 ‘쓸모’로
감자, 토마토, 후추, 옥수수, 커피는 식품이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나머지 간혹 잊고 사는 사실이지만, 그들은 분명 식물이다. 그것도 보통 식물이 아니다. 인디언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옥수수의 신화는 신기할 만큼 성경 속 이야기와 닮아 있고, 후추는 타이탄들의 치열한 전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심지어 인디언들이 몰살당해 미대륙이 텅 비자 다시 사람으로 채우기 위해 ‘감자의 신’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감자의 신이 유럽의 감자를 썩게 해서 굶주린 사람들을 미대륙으로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에는 감자썩음병이 창궐해 인구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아일랜드 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이처럼 비주얼이 출중하지 않은 주방식물들이 지구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쓸모’를 내세웠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솔깃하다.
그런가하면 ‘미모’를 앞세운 튤립은 네덜란드에 튤립 투기 열풍을 불러왔다. 마치 우리가 주거의 목적의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고 그것을 되팔고 되팔아서 엄청난 잉여가치를 형성했던 것처럼, 구근 하나 당 단 두 개의 새 구근만을 만드는 튤립의 특성이 결합되어 희귀한 튤립 구근을 되팔고 되파는 투기 시장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서 이런 튤립을 포함해, 아도니스 정원 패키지를 판매하는 것을 바라보며 시작된 저자의 식물 단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해리포터의 마법의 세계로까지 나아간다.

● 신화와 예술 작품을 넘나드는 식물 오디세이
– 그리스 신화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거쳐 해리포터의 마법의 세계까지
게르만, 켈트 족의 후예들과 30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온 저자는 지나치리만큼 열정적인 그들의 식물에 대한 애정을 가장 오래된 이야기인 신화에서부터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후 식물과 인류 문화의 연관성을 좇는 저자의 시선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메소포타미나의 ‘길가메시 서사시’,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 푸생의 ‘플로라의 왕국’, 보티첼리의 ‘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서왕모가 등장하는 ‘산해경’, 인디언의 전설을 지나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으로까지 이어진다. 또한 오랜 객지생활에서 비롯된 우리 것에 대한 갈증이 바리데기와 도화녀, 수로부인, 유화부인 그리고 심청전에 대한 색다른 해석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 식물을 뿌리로 한 인류 문화의 유사성과 사람들을 치유하는 식물의 힘!
– 심청이 물에 빠져야만 했던 이유는?
저자는 이규보의 서사시 동명왕편에 등장하는 유화부인 이야기가 웨일즈 지방에 전해져 내려오는 케리드웬 여신의 이야기와 교묘하게 겹치고, 헌화가와 함께 전해지는 수로부인 설화에서는 지중해의 플로라 여신이 떠오른다며, 식물을 뿌리로 한 인류 문화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태초에 물과 연꽃만이 있었다는 이집트와 인도의 창조신화 또한 놀랍도록 닮아있고, 연꽃에서 솟아오르는 우리의 심청전 또한 그와 맥을 같이 한다고 지적한다. 식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수로부인의 헌화가와 심청전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새롭고 흥미롭다. 특히 심청이 연꽃을 타고 지상으로 돌아온 까닭을 연화화생이 아니라 치유와 위로를 담당했던 신의 역할, 자연의 역할에서 찾으며, 인류를 보살펴온 식물의 넉넉한 품을 강조하는 저자의 분석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본문 중에서……
유럽이 기독교의 대륙이 되기 이전 그들 역시 자연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신앙이 신화와 전설이 되어 면면히 내려오고 있는데, 그 시작에 나무가 있었다. 그들의 신화는 사람이 나무에서 태어났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영원한 젊음을 약속하는 황금사과 이야기까지 신통한 식물의 이야기들로 점철되어 있다. 신화라는 것이 거대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사람의 자리를 찾으려는 절절한 소망으로부터 출발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게르만 족이나 켈트 족의 신화 뿐 아니라 이집트,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인도 등 어디를 살펴보아도 애초에 신화의 길을 연 것이 식물이 아닌가 싶게 식물을 끼고 돌았다. 신화시대의 사람들에겐 식물이 절대적 존재였던 모양이었다. 바로 그 신화가 문화가 되어 오늘도 우리 주위에 오롯이 살아있다. _ 8쪽

두고두고 자손 대대로 신화를 우려먹는 유럽인들과는 달리 우리는 신화와 쉽게 결별을 했다. 우리 신화의 자취를 찾다보면 신화연구가의 전문서적과 어린이들을 위한 옛날이야기 사이에 커다란 공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사이의 것을 잘라내어 ‘민속’이라는 폴더 속에 가둬둔 때문이다. 교양인일수록 신화를 말하면 그리스 신화를 먼저 떠올린다. 잘생긴 청년을 아무도 호동왕자와 비교하지 않는다. 칭찬을 하려면 아도니스 같다고 해야 한다. 남의 신화는 신화이고 우리의 신화는 민속 혹은 무속이 된 사연을 여기서 파헤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이브의 후예인지 아니면 웅녀의 후예인지를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웅녀의 후예라는 생각을 같은 웅녀의 후예들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 객지생활이 길어지니 내 것에 더 갈증이 났다. 그들의 일상과 문화 속에 아직도 면면히 살아 있는 신화와 식물 문화를 바라보면서 우리 것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우리 신화 속의 식물을 보니 우선 마늘과 쑥이 보였다. 박달나무도 있었다. 그리고 흔적이 끊겼다. 그래서 찾기 시작했다. 우리만 유독 식물을 등한시했던 걸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히 1920년대에 그려진 단군의 초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락없는 나무신(木神)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나뭇잎으로 된 어깨 장식이며 허리 장식이 눈에 꽂혀 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의 식물 오디세이는 이렇게 출발했다. 여기 부족한 대로 그 첫 열매를 담아낸다. _ 10~11쪽

굳이 신화라기보다는 사람과 함께한 식물의 오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중 가장 오래 된 이야기가 신화일 것이니 그로부터 시작함이 옳을 것 같다. 다른 문화권의 신화와 우리의 신화에 식물이라는 코드를 입력하자 의외로 접점이 찾아졌다. 아쉽게도 그 접점에서 찾아 낸 식물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직은 네 종의 식물밖에는 찾지 못했다. 진달래, 복숭아나무, 버드나무 그리고 연꽃이다. 접점에서 찾아진 식물이라고 해서 이 식물들을 서구의 신화와 우리 신화가 공유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공유하는 것은 그 중 버드나무와 연꽃뿐이다. 그러나 이 네 종의 식물 모두 양문화권의 공통점을 찾게 하는 단서가 되어 준다. 지구상에 사는 수십 만 종의 식물 중에서 달랑 네 종밖에 찾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한 편 이렇게 접점이 찾아지는 것만 해도 흥미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서에서는 서구문화권의 식물 이야기와 우리의 식물 이야기가 때로는 서로 만나고 때로는 별개의 길을 걷는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_ 11쪽

식물에 혼이 있어 세상사에 개입한다고 보는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경우 식물에 대해 말할 때 ‘사람에게 이로운 식물 혹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물’이라고 하지 않고 ‘사람을 좋아하는 식물’이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그게 그거인 것 같지만 사실 큰 차이가 있다. 사람이 아닌 식물이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식물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식물이 사람에게 ‘다가왔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후추나 사탕수수, 목화, 각종 곡식과 채소 등 외모로 보아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는 것들이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사람에게 ‘나를 이러 이러하게 써라’라고 속삭여 주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식물을 의인화하는 것과는 차원이 좀 다른 얘기다. 의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신격화하는 것이다. 약초를 요즘은 ‘plant spirits medicine’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에 포함된 특정한 성분이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혼 혹은 식물의 신이 치료를 담당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정신이 나갔거나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한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식물이 가지고 있는 온갖 신비한 성질을 한 방에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_ 63~64쪽


차례……

책을 펴내며
그들은 나무를 심었다 / 식물과 사람과의 관계 / 새내기와 은밀한 고수들 / 식물은 신화를 푸는 열쇠다 / 사랑하는 M에게

1장. 조물주의 봄 컬렉션, 튤립
터번이라 불리는 꽃 / 양파가 될 뻔한 튤립 / 네덜란드 드림 / 공주병과 매스게임 / 튤립의 또 다른 이름, 울금향 / 세종대왕과 울금향

2장. 작전의 명수들
의리 없는 토마토 / 타이탄들의 후추 전쟁 / 식물은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다 / 바흐의 음악은 커피나무 혼이 함께 작곡했다 / 천사와의 씨름

3장. 아름다운 저승, 서천꽃밭
아름다운 저승 / 지중해의 서천꽃밭 / 플로라 반정

4장. 진달래가 피어야 봄이 온다
겨울 이야기 / 겨울의 쇼다운 / 봄 이야기 / 아도니스의 정체 / 노인이 건넨 꽃 / 진달래

5장. 분홍의 힘, 복사꽃
봄을 먹다 / 귀신도 두려워 한 복숭아의 위력 / 혼들이 드나드는 문 / 서왕모의 변신 / 서왕모와 마고 / 복사꽃 마을 / 복사꽃 여인과 도깨비 수난기

6장. 물과 뭍의 경계에 서 있는 버드나무
나무로 변한 물, 버드나무 / 버드나무 정령들 / 해모수는 유화를 버렸나 / 왕의 노래

7장. 연꽃, 심청이 물에 빠져야 하는 이유
꽃을 든 부처 / 연꽃, 군자의 친구인가 / 심청의 본질 / 효녀인가, 유녀인가 / 심청은 물에 빠져야 한다 / 하늘에 속한 꽃, 연 / 고구려 무덤 벽화의 연꽃

8장. 이브에게 돌려준 루터의 사과
모든 악은 사과로부터 온다? / 사과나무 정원 / 한국에서 사과의 흔적 찾기 / 사과나무 정원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 농경생활의 시작은 당연한 길이었을까 / 구제역 / 기적의 사과 / 루터와 사과나무

9장. 영원히 젊은 마가목, 죽지 않는 주목
식물은 과연 하찮은 존재인가 / 마가목의 붉은 열매는 신들의 양식이었다 / 생명력 그 자체 / 식물의 특징이 식물의 효능을 말해준다 / 시작과 끝이 만나는 지점에 서 있는 나무, 주목

10장. 나무에 걸린 희망
푸생의 마지막 메시지 / 하늘을 연 나무 / 주먹밥 나무 / 거친 들의 개암나무 /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 히로시마의 은행나무 / 은행잎 / 은행나무 동화 / 사람과 같이 한 오랜 세월 / 다시 암스테르담 공항

주석 / 참고문헌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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