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으로부터의 해방 – 탈성장 사회로 가는 길

​도서출판 나무도시

니코 페히 지음 / 고정희 옮김

152면 / 무선제본 / 1도 / 신국판 / 10,000원
ISBN 978-89-94452-25-8 03300 / 2015년 9월 14일 출간

자신이 그리는 느린 세상, 적게 가진 세상의 비전대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승용차는 물론 텔레비전도 휴대폰도 없고, 평생 비행기는 딱 한 번 타 보았다.
그는 이것을 포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약에 비 소유를 포기라고 말한다면
이는 역으로 소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가 주장하는 탈성장 경제론은 풍요로운 사회의 모델을 해체하고 책임감 있는 경제 행위로 회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제는 과감히 성장의 플러그를 뽑아야 할 때다.

〚이 책은〛
한 주 동안 열심히 일하고 나면 자신에게 뭔가 상을 주고 싶어진다. 새 스마트폰은 어떨까? 아이패드는? 신형 텔레비전이 좋을까? 아차 하는 순간에 우리는 소비 욕구와 시간 결핍이라는 악순환에 빨려든다. 그뿐이 아니다. “더, 더”를 외치며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 파괴를 가속시킨다. 아직 우리는 성장이라는 마약을 끊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대한 토론은 이미 시작되었고, 속도가 붙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니코 페히는 여기에 꼭 맞는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그는 녹색 성장은 신화라고 잘라 말한다. 우리들은 녹색 성장과 지속가능한 소비야말로 현대인의 미덕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좋은 성장과 나쁜 성장 사이의 미세한 차이 따위는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모두 눈속임이라는 것이다. 탈성장 경제라는 그의 대안은 산업 생산 절차를 억제하고 지역의 자급자족 모델에 힘을 실어준다. 소박하지만 안정적이고 생태적이며 물질을 통한 자기구현이라는 어지럼증에서 우리를 해방시킬 것이라고 예언한다. 심지어 그는 비행기를 타고 모여야만 하는 기후정상회의도 환경보호를 위해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이 추구하는 바는 겸손하다. 부(富) 중심의 사회와 작별하는 것을 조금 쉽게 해 주기 위한 책이다. 만성 성장 중독 증세로 인해 이제 부를 좇는 사회의 모델은 구제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 부에 대한 중독 증세가 상당히 심각해졌다는 증표가 도처에 드러나고 있음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이 사실을 외면해 왔다. 해결책이 거의 보이지 않는 엄청난 국가 부채 현황에 직면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국가가 끊임없이 빚을 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부의 몇 퍼센트가 과연 가능했을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날로 고갈되어 가는 자원이다. _ 7~8쪽

이 책의 목적은 성장과 지속가능성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살피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세 가지 가설을 세우고 거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첫째, 성장 없이는 안정될 수 없는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광범위한 환경 파괴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효율성의 증가와 인간의 창의력으로 인해 그동안 수많은 물질적 성과를 이룩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이는 현대 삶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세 가지 유형의 ‘탈경계 현상’을 근거로 설명할 수 있다. 오늘날 소비 사회의 구성원들은 세 가지 관점에서 분수에 넘치게 살고 있다. 우선 자신의 능력 이상의 물건을 소유한다. 이 물건들은 현재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무시한다. 그 다음 자신의 신체적 능력의 한계를 초월하며, 마지막으로 각자 속한 공간과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의 한계를 넘어선다. 둘째, 기술적 혁신을 통해서 경제 성장과 환경 파괴를 서로 분리하려는, 즉 경제는 성장시키고 환경 파괴는 감소시키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 확실하다. 오히려 환경을 더욱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탈성장 경제’라는 대안을 따른다면 어쩔 수 없이 산업 생산량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공급의 경제적 안정성을 촉진할 것이며,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행복감의 상승을 가져 올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극이 넘쳐나는 소비 사회에서 스스로를 분산시키며 살고 있다. 소비 사회는 우리의 자원 중에서 가장 한정된 것, 즉 시간을 좀먹는다. 풍요의 짐을 벗어버린다면 우리는 오히려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며, 자아구현을 돈으로 사기 위해 쳇바퀴를 돌지 않아도 되므로 현기증도 없어질 것이다. 적은 것을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나날이 제공되는 각종 옵션들을 의연하게 무시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는 감소하고 행복감은 커질 것이다. 21세기를 책임 질 수 있는 사회 모델과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의 절제밖에 없다. 부는 우리의 삶을 자유롭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를 상처받기 쉬운 존재로 만든다. _ 10~11쪽

지금 소유하고 나중에 지불하기 원칙은 시간적 경계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 미래라는 여분에서 가불해서 쓴다. 말하자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소득을 미리 취하는 것이다. 오늘날 만연해 있는 부채증후군은 욕망과 조급함의 척도일 뿐 아니라 조직적인 무책임함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을 떠맡아야 할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부채를 먼 미래로 연기하는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의 삶과 그들의 가능성을 잔인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_ 18쪽

대체 경제 시스템에서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아래와 같은 결론이 얻어진다. – 부가가치의 생산 고리를 짧게 줄이고 창의적인 생계 경제 체제를 강화한다. – 근로 시간을 줄이고 근무 시간을 자유로이 운영할 수 있게 하면 자가 생산의 투자 요소 중 ‘시간’을 벌 수 있다. – 지역 업체로부터 자재를 납품받음으로써 원거리 공급 체인을 끊는다. – 지역 화폐 제도에 참여한다. – 지역 내에서 판매하거나 아니면 직판한다. – 재활용이 가능하고 수명이 길며 수리가 용이한 제품을 개발하여 이를 모듈화하고 참신한 디자인을 개발하여 도시에서의 생태적 자족이 용이토록 한다. – 업체는 제품 생산과 서비스 등을 넘어서 강좌와 연수 과정 등을 제공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을 스스로 관리하고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_ 123~124쪽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추가적으로 해야 하는 데에 익숙한 나머지 가장 간단한 원리를 간과하고 있다. 감축과 자기 절제라는 행위는 자본도 필요 없고 새로운 발명품도 필요치 않으며 정치적인 혁신도 요구되지 않는다는 매력이 있다. 아무 조건도 필요 없고 비용도 들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오히려 절약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하고 생태적인 항공 여행은 떠나지 않는 여행이다. 휴대폰, 텔레비전, 주택, 고속도로 그리고 농촌 보조금 등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 않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가장 쉬운 방법을 어려워하는 것은 아마도 그것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전략들, 혁신적이지 않은 것들, 새로운 법을 제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것들은 뭔가 의심스럽다. 발전과 추가적인 자유만을 문제 해결법으로 인정함으로써 탈경계화를 또 다른 탈경계화로 응수해 온 지금까지의 경직된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_ 135쪽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해방되어 주당 20시간 일하고 자기 시간에 자가 생산을 할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그래서 지금부터 미리 시작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감이라는 것이 정의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대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행복감은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삶에 대한 기대치에 비추어 역으로 분석해 볼 수 있으며, 또한 개인에게 중요한 주변 환경 내에서 서로 나누어 갖는 의미를 척도로 삼을 수 있다. 이들을 우선 차치하고라도 예라고 대답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_ 136쪽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제 성장의 당위성을 의심치 않는다. 심지어는 의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겠지만 그 한계가 어디이며 과연 언제 멈추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확고한 개념을 가지기는 어렵다. 각자 최소한 내 가계만은 영원토록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 때 페히 교수는 이제 성장의 짐을 벗어놓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믿고 싶다. 하지만 네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던 예수의 가르침보다 더 실천이 어려워 보인다. 번역하는 동안 자주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내 경우, 문명의 이기라고는 라디오밖에 몰랐던 시대를 살았던 세대에 속한다. 그 땐 서울 밤하늘에 별이 참 많았다. 이어 전화가 들어오고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승용차, 컴퓨터, 휴대폰, 대충 이런 순서로 삶이 복잡해졌다. 같은 속도로 하늘의 별이 사라져갔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라디오만 있던 시절에 내가 과연 불행했던가? 묻고 또 물었다.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내 생애 중 소위 그 결핍의 시간이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_ 151쪽

〚지은이〛 니코 페히
2010년부터 올덴부르크 대학의 ‘생산과 환경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의 대표적인 성장비판론자 중 한 명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이 그리는 느린 세상, 적게 가진 세상의 비전대로 살아가고 있는 진짜배기다. 승용차는 물론 텔레비전도 휴대폰도 없고, 평생 비행기는 딱 한 번 타 보았다. 박사 과정 중 지도교수를 만나기 위해 끊었던 워싱턴행 티켓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발권이었다. 그는 이것을 포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약에 비 소유를 포기라고 말한다면 이는 역으로 소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설명한다. 현재 독일 생태경제학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ATTAC(국제금융관세연대)의 과학 자문도 맡고 있다. 그는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옮긴이〛 고정희
독일 베를린에서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조경과 환경의 양 분야에서 동분서주,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조경은 환경의 어머니다. 1970년대 중반, 조경에서 환경이 파생되어 나왔으니 이 두 분야는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현재 환경부 및 환경부 산하의 여러 연구기관들과 협업 중이다. 환경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의 환경 정책을 리뷰하여 기초자료를 만들거나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양국의 정치 제도에 제법 큰 차이가 있어 많은 해석과 해설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아마도 양국 국민들의 환경 의식의 차이일 것이다. 적어도 환경과 기후보호 정책에서는 국민들이 선도하고 정치가들이 뒷북을 치며 따라가는 것이 독일의 특성이다.

〚차례〛
서문. 부의 황혼 – 더 큰 행복에 대한 전망?

1장. 분수에 넘치게 사는 것이 인간의 당연한 권리일까

2장. 발전이라는 환상 – 약탈로 얻어진 부

3장. 자유라는 환상 – 새로운 의존관계

4장. 탈동조화는 신화 – 녹색 성장은 동화(童話)

5장. 언제 충분하다 할 것인가 – 성장에 대한 압박과 성장을 부추기는 것들

6장.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 – 탈성장 경제 모델

결론. 우리는 아직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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