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로 써 보낸 공문서

구글 번역기- 21세기의 바벨탑 ?

온 세상이 하나의 언어를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것이 한국어라면?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다. 국내의 모 연구기관에서 독일의 모 산학협력 기관을 방문하기 위해 컨택을 시도했다. 늘 그렇듯이 방문 일정을 결정하고 매우 급하게  2-3 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시도하다가 한계에 달하자 결국 내게 도움을 청했다.

우선 간신히 목적에 부합되는 기관을 찾아서 영어로 이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소통이 안 된다는 거였다. 한국 측에서 “그쪽 담당자가 영어 잘 못하나 봐요~ ” 이러면서 내게 그들과 소통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독일사람들이라고 영어를 다 잘하는 것이 아니니 우선 자초지종이나 알아 보려고 그동안 주고 받은 서신 내용을 좀 보내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독일 측에서 우선은 휴가라서 대답이 늦었고 그 다음에는 방문 취지와 목적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한국측에서 방문 취지와 목적을 한글로 대충 작성해서 구글 번역기로 돌려 독일어로 만든 다음 그걸 그대로 Word에 끼어넣은 뒤 PDF로 전환하여 보냈다. 본인도 <구글로 돌렸다>고 암시랑도 않게 말했다.

문제의 문서를 읽다가 난 그만 자지러졌다. 문장이 성립 안되는 건 둘째치고라도 어머니나 반말이네~!!! 직역하자면 <너는 왜 그랬니?>  이런 식이었다. 한마디로 완전 코미디였다. 이것이 공문서가 아니었다면 그런대로 웃고 지나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창피스러워서 어디로 숨고만 싶었다.

독일 측에서 반응이 없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싶었다. 지들끼리 얼마나 낄낄대고 웃었을까 생각하니… 그냥 내 버려 둘까 하다가 그래도 내 동포의 일인지라 조금이나마 수습하고자 독일 담당자에게 전화를 넣었다.  이만저만하고 여차저차해서 중간 역할을 하려 한다 했더니 <아~!!! > 그러면서 대뜸 이런다. <미안하지만 한국 측에서 뭘 원하는 지 하나도 모르겠다. 구글번역기로 돌려 그대로 보낸 듯하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독일어가 세계 공용어도 아닌 바에야 그건 쫌 이해를 하시고 한국 연구팀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겠는가 물었더니 시간이 도저히 안 난다고 정중하게 돌려서 거절했다. 

우리의 젊은 연구원이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어쩌다 힘없는 나라에 태어나 ㅉㅉ.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말이 세계 공용어가 될 수는 정말 없는 걸까? 왜 나라마다 언어가 달라야 하는 걸까.


창세기 11장 1-9절에 그 이유가 나온다.

 온 세상이 한 가지 말을 쓰고 있었다. 물론 낱말도 같았다. 사람들은 동쪽으로 옮아 오다가 시날 지방 한 들판에 이르러 거기 자리를 잡고는 의논하였다. “어서 벽돌을 빚어 불에 단단히 구워내자.” 이리하여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쓰게 되었다. 또 사람들은 의논하였다. “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우리 이름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야훼께서 땅에 내려 오시어 사람들이 이렇게 세운 도시와 탑을 보시고 생각하셨다. “사람들이 한 종족이라 말이 같아서 안 되겠구나. 이것은 사람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에 지나지 않겠지. 앞으로 하려고만 하면 못할 일이 없겠구나. 당장 땅에 내려 가서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해야겠다.” 야훼께서는 사람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던 일을 그만두었다. 야훼께서 온 세상의 말을 거기에서 뒤섞어 놓아 사람들을 흩으셨다고 해서 그 도시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불렀다.

 

이랬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구글이라는 걸 만들어 <서로 알아들으려고> 애쓴다. 어쨌거나.

© 고정희